아직도 우리곁에 나와있는 공중전화기들
그 이유가 궁금하다면 여섯번째인 이 이야기를 들여다 보면 될것이다.

길을 걷다가 공중전화를 발견하면 조금 묘한 기분이 든다. 예전에는 너무 흔해서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물건인데, 이제는 일부러 찾아야 할 정도로 보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한때 공중전화는 우리의 일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학교 앞에서도 볼 수 있었고,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시장이나 번화가처럼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여러 대의 공중전화가 설치되어 있기도 했다.
사람들은 동전을 준비해 전화를 걸었고, 공중전화 카드가 등장한 뒤에는 카드 한 장을 지갑에 넣고 다니기도 했다. 약속 장소에서 친구를 찾지 못하면 공중전화를 찾았고, 집에 늦게 들어갈 때는 부모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기 위해 한참을 망설이던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휴대전화와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공중전화의 역할은 크게 줄어들었다.
이제 대부분의 사람은 언제 어디서든 전화를 걸 수 있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전화뿐만 아니라 문자, 메신저, 영상통화, 위치 공유까지 가능하다. 그렇다면 이런 시대에 공중전화는 왜 아직까지 남아 있는 것일까?
사람들이 더 이상 공중전화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모든 상황에서 휴대전화가 완벽한 통신수단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공중전화가 남아 있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평소에는 필요 없지만, 정말 급한 순간에는 필요한 전화기
공중전화가 지금까지 살아남은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긴급한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통신수단이라는 점이다.
평소에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이 훨씬 편리하다. 전화를 걸기도 쉽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쉽다. 인터넷을 이용해 필요한 정보를 찾을 수도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도 기계이기 때문에 언제나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배터리가 모두 방전될 수도 있고, 휴대전화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 휴대전화를 집에 두고 외출할 수도 있다. 갑자기 휴대전화가 고장 나거나 통신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운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평소에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이런 상황이 막상 연락이 꼭 필요한 순간에 발생하면 문제가 된다.
예를 들어 길에서 갑자기 사고가 발생했다고 생각해 보자.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면 필요한 곳에 연락하면 된다. 하지만 휴대전화의 배터리가 완전히 방전되어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또 휴대전화를 분실한 상황이라면?
이럴 때 공중전화는 여전히 의미가 있다.
공중전화는 개인이 소유하는 기기가 아니라 누구나 필요할 때 이용할 수 있도록 마련된 공공 통신수단이라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긴급한 상황에서는 통신수단이 하나뿐이라는 것보다 여러 가지 방법을 확보해 놓는 것이 중요하다.
스마트폰이 아무리 발전해도 스마트폰만으로 모든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배터리, 통신망, 기기의 상태 등 여러 가지 조건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공중전화는 이런 상황에서 일종의 보조 통신망 역할을 할 수 있다.
평소에는 사용량이 적더라도 꼭 필요한 순간에 이용할 수 있는 수단이 있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평소에 비상용 소화기나 구급함을 매일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들이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다.
공중전화도 비슷한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다.
평소에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만,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다른 통신수단이 존재한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래서 공중전화는 과거처럼 일상적인 전화기가 아니라 비상시에 사용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의 하나로 그 의미가 달라지고 있다.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공중전화가 남아 있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모든 사람이 휴대전화를 항상 가지고 있거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는 스마트폰이 너무 흔한 시대에 살고 있다.
어린아이부터 노년층까지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고, 스마트폰이 없으면 생활이 불편할 정도로 다양한 서비스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똑같은 환경에 있는 것은 아니다.
휴대전화를 잃어버린 사람도 있을 수 있고, 휴대전화가 고장 난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배터리가 없는 사람도 있다. 또 자신의 휴대전화가 없는 상황에서 급하게 연락해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특히 길거리에서 갑자기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통신수단이 있다는 것은 중요하다.
공중전화는 이런 상황에서 일종의 공공서비스 역할을 한다.
개인이 소유한 스마트폰은 기본적으로 그 사람만을 위한 기기다. 반면 공중전화는 필요한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마련된 시설이다.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우리는 공공시설을 이용할 때 모든 사람이 개인 장비를 가지고 있다는 전제만으로 시스템을 만들지는 않는다.
도로, 공원, 공중화장실, 안내시설처럼 누구나 필요할 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존재하는 것처럼 공중전화 역시 통신 분야에서 최소한의 접근성을 보장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물론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공중전화 이용자가 크게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이용자가 줄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공중전화를 없애버리는 것이 반드시 좋은 선택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어떤 사람에게는 거의 필요하지 않은 시설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시설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휴대전화가 없는 사람이 갑자기 가족에게 연락해야 할 수도 있고,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도움을 요청해야 할 수도 있다.
공중전화는 이런 상황에서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연락 수단이 되어준다.
그리고 이것은 공중전화가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존재할 이유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거의 모든 사람이 공중전화를 사용했기 때문에 수많은 전화기가 필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용자가 줄었기 때문에 모든 장소에 공중전화를 설치할 필요는 없다.
대신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공공장소나 긴급 상황에서 필요한 장소에 적절하게 유지하는 방식이 더 중요할 수 있다.
공중전화의 역할이 ‘일상적인 전화기’에서 ‘필요한 사람을 위한 공공 통신수단’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재난과 통신 장애, 그리고 우리가 잊고 있는 공중전화의 의미
공중전화의 존재 이유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재난이나 통신 장애 같은 비상 상황이다.
평소에는 스마트폰 하나로 거의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재난이나 대규모 사고가 발생하면 평소와 다른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많은 사람이 동시에 통신을 이용하게 되면서 통신망에 부담이 생길 수도 있고, 특정 지역의 통신시설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정전이나 시설물 피해 등으로 평소처럼 통신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통신수단을 하나만 믿는 것보다 여러 가지 방법을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공중전화 역시 모든 재난 상황에서 반드시 정상적으로 작동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공중전화도 전력이나 통신 인프라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하나의 통신수단에만 의존하지 않는 것이다.
스마트폰, 유선전화, 공중전화 등 여러 통신수단이 존재한다면 비상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방법도 늘어난다.
평소에는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던 시설이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공중전화뿐만 아니라 다른 오래된 공공시설에도 적용되는 이야기다.
우리는 기술이 발전하면 이전의 기술이 완전히 필요 없어졌다고 생각하기 쉽다.
스마트폰이 등장했으니 공중전화는 필요 없고, 내비게이션이 있으니 종이 지도는 필요 없고, 온라인 서비스가 있으니 오프라인 시설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사회 전체를 바라보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새로운 기술이 대부분의 사람에게 편리함을 제공한다고 해서 모든 상황에서 새로운 기술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술에는 언제나 한계가 있다.
배터리가 필요하고, 네트워크가 필요하며, 기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오래된 기술이나 시설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는 경우가 있다.
공중전화도 바로 그런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할 필요는 없지만, 정말 필요한 순간에 사용할 수 있는 시설.
그것이 오늘날 공중전화가 가지고 있는 새로운 의미일 것이다.
공중전화가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공중전화가 언젠가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길거리 곳곳에 있었고, 누구나 이용했으며, 사람들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휴대전화가 등장하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닌다. 친구를 찾기 위해 공중전화를 찾을 필요도 없고, 집에 늦는다고 부모님에게 연락하기 위해 동전을 준비할 필요도 없다.
그렇다면 공중전화는 더 이상 필요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조금 다른 관점에서 보면 공중전화가 아직 남아 있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필요하지 않은 사람이 많아졌을 뿐, 필요한 순간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휴대전화를 잃어버린 사람에게는 필요할 수 있고, 배터리가 방전된 사람에게는 필요할 수 있다. 긴급하게 연락해야 하는 사람에게도 필요할 수 있다.
재난이나 통신 장애처럼 평소와 다른 상황에서도 통신수단을 다양하게 확보해 두는 것은 의미가 있다.
그래서 공중전화는 이제 과거처럼 우리의 일상 한가운데 있는 물건은 아니다.
대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자신의 역할을 남겨두고 있다.
어쩌면 공중전화의 미래는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곳에 남는 것일지도 모른다.
모든 사람이 매일 사용하는 시설은 아니더라도,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순간이 찾아왔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전화기.
그것만으로도 공중전화가 존재할 이유는 충분하다.
길을 걷다가 오래된 공중전화를 발견한다면 이제는 단순히 “옛날 물건이네”라고 생각하기보다 이런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만약 지금 내 휴대전화가 없다면, 나는 누구에게 어떻게 연락할 수 있을까?”
그 질문을 생각해 보는 순간 공중전화는 조금 다르게 보인다.
한때는 너무 흔해서 소중함을 몰랐던 전화기.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정말 필요한 순간을 위해 남아 있는 전화기.
공중전화는 그렇게 과거의 유물이면서 동시에 현재에도 의미가 있는, 조금 특별한 공공시설로 우리 곁에 남아 있다.